1차 세계대전은 제국주의와 민족주의의 대립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랜 전쟁의 기간 동안 남자들은 언제 고향으로 돌아갈 지 알지 못한채 하염없이 긴 세월을 참호 속에 엎드려 적과 대치해야 했고, 남자들이 전쟁터로 떠나버린 공장의 빈자리는 여자들이 대신했다. 도대체 우린 무엇 때문에 싸우는 것이지? 누구를 위해 싸우는 것이지? 이렇게 싸운다고 무엇이 남는거지? 왜 내가 여기서 죽어야 하지? 전쟁이 오래 계속되면 이런 의문들이 사람들 사이에서 점점 자라난다. 이런 의문은 병사들의 마음을 흔들고 탈영으로 이어지게 한다. 국가의 입장에선 이와 같은 의문들이 군영 내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특별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 


시민들 역시 마찬가지다. 도대체 누구의 이익을 위해 사람을 죽이는 무기를 계속 만들어내야 하는가? 시민들 사이에서 인간애에 대한 사상이 싹튼다면 전쟁을 승리할 수 없다. 그렇기에 또한 무언가 조치가 필요했다. 병사와 시민들의 마음을 다잡기 위해선 민족과 애국심이 강조될 수 밖에 없다. 당신은 죽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나라는 당신을 필요로 한다. 당신의 희생이 미래를 열게 될 것이다. 조국과 민족이 당신의 희생을 기릴 것이고 당신의 이름은 위대한 애국자로서 대대손손 전해질 것이다. 더구나 그에 대한 물질적 대가 역시 나라에서 책임질 것이다.





조국과 민족을 위해 희생했을 때 보상이 따른다는 믿음은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하나의 원동력으로서의 역할을 했다.


애니메이션 영화 '붉은 돼지'는 1차 대전이 끝난 직후의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포르코가 비행기의 수리를 맡기기 위해 찾아간 공장에는 온통 여자들 뿐이다. 여자 직공들은 남자들 못지 않은 능수능란한 솜씨로 비행기를 수리하고 조립한다. 어째서 이 공장에 여자들 뿐일까? 일손이 모자라서? 만약에 일손이 모자란다면 남자 직공도 보여야 하는게 아닌가. 그들은 하나같이 누군가의 아내요 누군가의 어머니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들의 남편과 아들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인가?


이 영화에서 비행기 공장이 여성들의 공동체로 그려진다면 '남성'들의 공동체는 '공적'으로 그려진다. 비행기를 타고 해적질을 하고 다니기 때문에 '공적'이라고 불리는 이 남자들은 1차대전의 패잔병들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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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후 인간사회로 돌아가지 못한채 공적이 되어 살아가는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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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서 죽어 사람들의 가슴 속에 추억으로 남아버린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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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서 살아남았으나 인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여전히 '돼지'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남자]



전쟁이 끝난 이후 남자들의 모습은 세 가지다. 첫째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채 살아가는 공적들. 둘째는 전쟁에서 죽어 카페 한쪽 구석 사진 액자속의 유령이 된 자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인공 포르코처럼 전쟁의 상처를 씻지 못해 인간 사회로 돌아오지 못하고 '돼지'로 살아가는 자들이다.

공장에서 일하는 여자들. 공적이 되거나 죽은 남자들. 돼지가 된 영웅. 이것은 전쟁이 만들어낸 '영웅 신화'가 허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민족애와 애국심을 위해 목숨을 걸고 전쟁에서 싸운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이야기다. 전쟁과 이념의 폐해가 아닌가.

이것은 무엇으로 극복될 수 있나. 영화는 사랑만이 그것을 가능케한다고 말한다. 영화의 마지막 포르코는 순수한 소녀의 사랑으로 마법에서 풀려나 인간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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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이런 구절이 있다.

'천사의 말을 하는 사람도 사랑이 없으면 소용이 없고

심오한 진리를 깨달은 자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다'

조국의 통일과 민족의 번영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이것은 위대한 메시지다.

그 위대한 메시지를 위해 때로 우린 사람의 모습을 벗어던지고

돼지의 모습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은 내 곁에 있는 단 한명의 사람이라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

그것이 우리를 사람으로 되돌려준다.

그것이 우리를 사람답게 만들어준다.

그러므로 진실한 히어로는 바로 우리 마음 속에 있는 따뜻한  '사랑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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